[미분류] DxE, 착유당하는 동물을 위한 고통의 연대 퍼포먼스 ( 4 판 )
개요
2020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동물권 단체 DxE 코리아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벌인 소젖 착유 반대 시위다. 40여명의 DxE 활동가들이 참여한 이 시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피로 물든 젖꼭지(bloody nipple)' 액션의 일환으로, 독일 쾰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한국에서 네 번째로 진행된 연대시위다. 발렌타인 초콜릿에 포함된 소젖(우유)의 생산을 위해 피흘리고 고통받는 젖소의 고통에 대해 고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 이 시위에서, 활동가들은 상의를 탈의하고 가슴에 피흐르는 분장을 통해 동물에게 자행되는 '끔찍한 학살'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현한다.
활동가 발언
"이게 '포유방지기'에요" 활동가 김향기 현장 발언 기록
젖꼭지 가렸으니까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경찰 선생님들. 젖꼭지 가리는 게 뭐가 그리 어렵습니까. 저희가 진짜 폭력을 겪은 것도 아니고 그냥 가짜 피잖아요. 저희는 권력자인 인간으로서 그냥 가짜 피고 분장일 뿐인데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가리십니까. 여러분들이 이렇게 다 같이 와서 보호해야할 대상은 바로 이 사진 속에 있는 동물입니다. 발렌타인데이 뿐만 아니라 일상화된 폭력을 깨닫고 제발 여러분들 변화해주세요. 다시 동물들과 연결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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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기자님들 경찰 분들 이거 한 번만 봐주세요. 이거 한국에서 산 거예요. 한국에서 유통되는 모유 방지기, '포유 방지기'라고 해요. 이걸 아기 송아지 코에 걸어요. 아기 소에게 엄마 소가 젖을 줄 수가 없어요. 엄마 소가 당연히 아프니까 피할 거 아니에요. 이걸 만약에 인간 아기의 코에다가 걸고 엄마의 젖을 못 먹게 하면 이 사회는 아동학대로 난리가 났을 거예요. 그런데 왜 인간 아기와 달리 동물의, 아기 송아지는 왜 그런 당연한 권리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건가요? 왜 엄마와 같이 지낼, 우리에게 당연한 일상조차 그들에게는 보장되지 못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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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게 말이 됩니까? 이게 '포유 방지기'예요. 아기 소의 코에 거는 거예요. 엄마 젖을 못 먹게 하려구요. 엄마 젖을 누가 먹죠? 인간인 우리가 먹어야 된대요. 말이 안 되잖아요. 저희 젖 뗀지 한참 지났잖아요. 인간의 젖은 인간의 아이가 먹는 것이고 소의 젖은 송아지가 먹어야 합니다. 여러분 우유는 누구 거죠? 송아지 거예요. 소의 젖은 송아지의 것이에요. 인간인 우리가 왜 소의 젖을 먹어야 합니까. 여러분 제발 부탁드립니다. 폭력을 멈추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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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소의 젖은 송아지의 것입니다. 제발 고통에 연대해주세요. 폭력을 멈추어주세요. 발렌타인데이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이 흔히 먹는 우유가 든 카페 라떼나, 우유가 든 과자, 우유가 든 모든 것들이 폭력입니다. 여러분, 폭력에 반대한다면 당연히 동물을 향한 폭력에도 반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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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의 얼굴은 한국에서 도살당한 소의 머리를 보고 저희가 기록해서 만든 거예요. 이 소의 얼굴을 한번만 봐주세요. 왜 이 소가 머리만 이렇게 잘려있어야 합니까. 폭력을 멈추어주세요. 당연한 폭력에 반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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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젖은 송아지의 것!
폭력을 멈춰라! 고통에 연대하라!
진실에 응답하라! 모든 곳이 도살장이다!
"저 또한 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아 본 엄마입니다" 활동가 김영화 현장 발언 기록
시민 여러분. 우리는 오늘 고통받는 존재들의 몸이 되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새하얀 한 잔의 우유, 사랑을 고백을 할 때 건네는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가려진 존재들의 고통과 비참한 삶을, 저는 이 깔끔하고 세련된 도시 한복판에서 호소하려 합니다.
아무도 저에게 그들의 고통을 이야기해주지 않았고 또한 제 자신이 그들의 고통을 알려고 하지 않았기에 저는 반백에 가까운 시간동안 그들의 고통의 결과물들을 아무런 죄책감도, 일말의 양심도 없이 소비하였습니다.
저 또한 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아본 엄마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들의 젖으로 제 아이를 키우며, 내 아이만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 지독히 이기적인 엄마였습니다.
만약 제가 좀더 일찍 나의 무지와 무관심이 누군가에게 상상할 수조차 없는 끔찍한 고통을 주고 있다는 그 사실을 깨달았더라면, 저는 그들의 고통을 외면한채 제 아이에게 그들에게 빼앗은 젖을 기필코 먹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반복되는 강간과 임신, 그리고 끝없이 반복되는 장시간의 착유로 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져 버립니다. 온몸에서 마지막 남은 힘까지 남김없이 착취된 후 서 있을 힘조차 없어 주저 앉아버리면 쓰레기를 처리하듯 지게차에 실려 도살장으로 끌려갑니다.
남자 아이는 출생후 엄마로 부터 바로 격리됩니다. 그들은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기에 엄마의 젖을 단 한 모금도 먹지 못한채 굶어죽거나 곧바로 도살되어 음식이 됩니다.
여자 아이는 그 엄마의 비참한 삶을 그대로 물려받게 되며 평생 '젖짜는 기계'로 취급받다 역시 엄마처럼 모든 힘이 다 소진되면 지게차에 실려 도살됩니다.
저는 그녀가 부서지는 고통속에서도 아이를 낳게 될 그 순간까지 아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버텼을 그 시간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분만후 바로 아이를 눈앞에서 빼앗깁니다. 저는 그 상실감을 감히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토록 비참한 누군가의 삶을 당신의 눈과 귀를 열어 돌아봐 주십시오. 그들은 이 땅에서 오로지 우리 인간들에게 그들의 몸을 내어주고 죽기위한 운명으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죽음이 고통에서 해방된 것이라 해도 될만큼 우리는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지옥 속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신음하며 소리치고 있었지만, 저는 이제서야 그들의 고통의 울부짖음에 눈과 귀를 열었습니다. 저는 이 고통의 연대에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들은 인간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들은 모두 동물입니다. 우리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동물로서의 연민과 사랑의 마음을 알고, 어미가 자식을 아끼는 마음을 가슴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모든 우리와 다른 존재들을 충분히 이해할 능력과 양심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미 이 사실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 종이 다른 종을 착취하고 살해하는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 부당함에 대한 불복종은 정당합니다. 이 저항과 불복종은 우리가 인간들 끼리의 불평등과 폭력에 저항하는 일과도 다르지 않다고 저는 믿습니다.
모든 존재는 고통앞에 평등합니다.
모든 존재는 고통앞에 평등합니다.
20세기 2차세계대전에서 학살된 유대인들에 대한 홀로코스트를 비난하는 우리 인간이라면 우리 인간이 다른 종에 대해 오직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자행하는 대학살 또한 멈출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지금도 그들은 고통의 울부짖음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오늘 사랑하는 이에게 달콤함을 속삭이는 세인트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진정한 사랑의 가치, 그리고 우리들이 진정 인간으로서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동물이라는 이 사실을 깨닫고 이 땅에 고통받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하는 '고통의 연대'에 동참해주실것을 간곡히 기원합니다.

